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2013)
무명의 사진가를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옥수수 무료영화로 보았다.
처음 제목과 포스터만을 봤을 때엔 이미 원래부터 유명한 사진 작가지만 내가 접하기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줄로 알았다.
#1
영화는 알 수 없는 표정의 사람들이 말이없는 채로 앉아있는 모습을 돌아가며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그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는 영상을 돌아가며 보여준다. 그들이말하는 단어는 아래와 같다.
"모순적이다 Paradoxical"
"대담하다 Bold"
"신비롭다 Mysterious"
"유별나다 Eccentric"
"비밀스럽다 Private"
이 말들이 향하는 끝에는 비비안 마이어가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누구일까.
#2
영화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에서 마크 주커버그 Mark Zuckerberg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 Jesse Eisenberg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의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천장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바닥에 왠 박스들을 늘어다 놓는다.
존 말루프 John Maloof.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의 사진을 발견했고, 비비안 마이어를 찾고, 이 영화를 만든 장본인이다.
2007년 이 청년은 역사책 집필을 위해 필요했던 시카고의 옛날 사진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동네의 창고경매에 가서 현상된 필름이 가득한 박스를 낙찰받아 가져온다. 하지만 책에 쓸만한 사진은 없어 창고에 묵혀두다 이후에 다시 꺼내보게 된다. 그 사진들은 책에 필요한 사진들은 아니었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진의 소유자가 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몇몇 갤러리에 보내보지만 딱히 답은 없다. 그래서 그는 필름을 스캔하여 블로그(http://vivianmaier.blogspot.com/)를 만들고 그곳에 사진을 하나 둘 올리기 시작했다.
올린 사진에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났다.
존 말루프는 사진들을 더 샀고, 그녀가 더욱 궁금해졌다. 사진의 양은 엄청났지만 비비안 마이어 이름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느날 다시 그녀의 이름을 검색을 해보다가 비비안 마이어의 부고 기사를 보게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그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3
그리고 알게되는 그녀의 정보. 그녀의 직업은 사진작가가 아니라 유모였다. 그녀는 가족도 없었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다. 다만 수집 광이었던 그녀 자신 덕분에(?) 그녀의 수많은 유품과 함께 수집품들까지 떠안게 된 존 말루프. 거기에는 현상되지 않은 필름도 가득했다. 혼자서는 그 자료들을 정리하고 스캔하기에는 손이 부족했다. 뉴욕 현대미술관 MoMA와 테이트모던갤러리 Tate Modern Gallery 측에 연락을 취했다. 안타깝지만 전시를 하기는 힘들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그는 혼자서 일을 진행해간다. 사진과 필름을 계속해서 스캔하고, 현상하지 않은 필름은 현상하며 전시회도 준비하고 책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카고 문화센터 Chicago Cultural Center에서 전시를 열었다. 전시제목은 영화의 제목과도 같은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 역대 최다 관람객이 시카고 문화센터를 찾았다.
전문 사진 작가도 아니며 할머니가 되어서도 평생을 유모로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는 사연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주목을 끌만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던 간에 사진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천재적이면서도 괴짜인 그녀의 인생 스토리는 그녀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며 이 영화를 만드는 것에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그녀를 알아가는 과정은 실제로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4
사진작가 메리 엘런 마크 Mary Ellen Mark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프레이밍 Framing 감각과 유머감각, 비극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좋게 보았다. 유모로 살아온 삶 때문인지 아이들 사진도 많았다. 삶과 환경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관점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며 로버트 프랭크 Robert Frank의 스퀘어 포맷 Square Format사진, 리젯 모델 Lisette Model, 헬렌 레빗 Helen Levit,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를 언급했다.
#5
수집광인 그녀는 영수증도 많이 모아놨는데, 그 영수증들을 이용해 존 말루프는 그녀의 행적을 찾아나가는 부분에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녀가 수집광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사진 말고는 그녀에 대한건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자체로 미스테리한 사진직가로 남았을지도. 존 말루프는 영수증의 전화번호로 그녀를 아는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데, 현실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대부분 7,80년대 영수증이고 지역코드가 나와있지 않아서 여러가지 지역 코드를 바꿔가며 전화를 수없이 걸어 다행히도 그녀를 아는 사람을 하나, 둘 찾게된다. 그렇게 찾은 사람들이 영화의 시작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밝고 활기찬 사람으로, 어떤 사람은 굉장히 과묵한 사람으로, 어떤 사람들은 어릴적 폭력을 휘두른 유모로, 어떤 사람은 그냥 괴짜로, 또 수집광으로 기억한다. 저마다 다양한 기억들로 이루어진 더욱더 특히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비비안 마이어.
#6
영화 말미에서 그녀가 어린시절을 보내고 또 어른이 되어 얼마간 살았던 프랑스에서 그녀의 사진을 전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가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버렸거나, 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가족들이 나와 사진을 보여 그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가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떠나서 그 장면이 너무너무 좋았다.
그들 각자의 기억에는 그녀가 어떻게 기억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영화로, 그녀가 남긴 사진으로 그녀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관련 링크
Vivian Maier : http://www.vivianmaier.com/
Finding Vivian Maier : http://findingvivianmaier.com/
Vivian Maier Blog : http://vivianmaier.blogspot.com/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13)
Finding Vivian Maier
감독: 존 말루프 John Maloof, 찰리 시스켈 Charlie Siskel
출연: 존 말루프 John Maloof,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매리 앨런 마크 Mary Ellen Mark, 필 도나휴 Phil Dona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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