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를 읽었다.

2016. 8. 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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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아침 오는 문자가 있다. 재무설계사를 하는 후배가 고객들에게 보내면서 같이 보내는건데, 하나의 이미지에 그날의 이슈나 좋은글, 그날의 헤드라인 뉴스 등 서너개의 정보를 모아 하나의 이미지에 넣어 보내온다. 그래봐야 회사에서 만들어서 이름만 바꿔달아 일괄적으로 보내는 거겠지만, 덕분에 출근길 몇 초 동안 한눈에 그날의 이슈 서너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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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책을 다 읽은 다음날 받은메세지에 있던 내용은 [연봉 금액별 근루자수 분포 추이]에 대한 내용. 주말에 읽은 <한국이 싫어서>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프의 36.5와 37.7의 숫자에서 <한국이 싫어서>속 계나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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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에 갇혀 출근하는 사람들. 연봉 2~3천만원 내외(혹은 한참 이하). 월세와 전화비, 각종 공과금을 내고나면 저축할 돈은 남아있지 않고, 일상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며, 지금 열심히 일한들 미래에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 물론 전부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쩌다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까지 합치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할 그래프 속의 많은 '계나'들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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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망할 그래프를 보면 우울해지긴 하지만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그러한 삶의 절망, 혹은 희망 따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한국이 싫어서(한국에서 자신의 삶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간 계나는 새로운 삶을 살고, 그 삶은 엄청나게 더 나아지지도 더 악화되지도 않은 그런 삶을 살아간다. 어찌보면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는 왠지 모를 묘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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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이 소설의 묘미는 '소설과 나와의 거리'(193쪽)가 다른 소설들에서 느낀 것 이상으로 가깝다는 것이다. 호주와 한국을 오고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계나 옆에 앉아 그녀가 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체와 소설속의 대화들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얼마전에 읽은 <알바생 자르기>도 그랬다. 마치 옆에서 소설속 주인공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나 이거나 내 친구일지도 모를 사람들.

 

 

<추위를 싫어한 펭귄> 이미치출처:

</추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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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펭귄이야기는 반갑게도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책이었다. 그 디즈니 어쩌고 전집. 아주 어릴적에 본 책인데, 신기하게도 이야기속 그림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파블로와 계나를 연결시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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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나의 몇 년의 삶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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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국이 싫다. 그저 싫다기 보다는 싫은짓을 하는 한국이 싫다. 버거운 일상과 노년의 위태로움까지 왜 나라보고 책임지라 하느냐고 한다면, 그래 그건 한 발 양보하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어이없는 죽음을 당해도 입꾹 닫고 살라고 하는 이나라는 정말이지 너무 싫다. 오늘도 눈물을 흘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사가 나왔고, 행정절차를 무시한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시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아직까지 세월호에 대한 진실은 하나도 밝혀진 바가 없다. 이런 개떡같은 상황이 싫고, 말하자면 끝도 없는 싫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싫다. 

 

 

'가까이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곳이 한국이다.'

 

_<한국이 싫어서>해설 / 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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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이 딱 맞지 아무래도.

 

 

 

 

+ 장강명의 <표백>도 읽어봐야 겠다.

+ 예스24 작가인터뷰: 장강명 "소설제목이 「한국이 싫어서」였어야 하는 이유"

 

 

한국이 싫어서

지은이: 장강명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5-05-08

정가: 13,000원

양장본 │204쪽 │195x135mm │300g │ISBN : 9788937473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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