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겐 파운데이션

2022. 11. 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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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Peter Westerhof

 

 

 

투명 박스 안의 콘크리트 박스


Langen Foundation

랑겐 파운데이션

www.langenfoundation.de

독일

design by Tadao Ando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노이스 인근에 있는 랑겐 재단 박물관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Tadao Ando가 설계한 박물관입니다. 묵직한 콘크리트 공간을 주로 보여주었던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 익숙하다면 여기 랑겐 파운데이션의 투명 유리 박스가 새롭게 다가올만한 건축 요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랑겐 파운데이션은 빅토르 랑겐과 마리안느 랑겐 부부가 1940년대 부터 모아온 미술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입니다. 랑겐 파운데이션의 건축은 이름과 달리 랑겐 부부로 부터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박물관은 독일의 부동산 중개업자이자 미술품 수집가 카를 하인리히 뮐러(Karl Heinrich-Müller)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882년부터 1994년까지 카를 하인리히 뮐러는 독일 뒤셀도르프 외곽의 연못 섬에  인젤 홈브로이히(Insel Hombroich)라고 불리는 20헥타르의 조각 공원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홈브로이치에서 북서쪽으로 약 1km 떨어진 옛 나토 로켓기지가 점거하고 있던 땅을 사들여 새로운 박물관을 계획했습니다.

 

1994년에 뮐러는 안도다다오를 이 로켓기지로 초청합니다. 안도는 뮐러의 계획에 열광하며 이 프로젝트에 통합될 건축모델을 개발합니다. 그게 바로 랑겐파운데이션입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다가 7년이 지나서야 2000년 12월에 당시 90세였던 마리안느 랑겐의 지원으로 2002년 말 랑겐 박물관 공사를 시작할 수있었습니다. 마리안느 랑겐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을 보고서는 "이건 내가 살 가장 큰 예술품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컬렉션의 마지막이자 가장 큰 예술 작품인 랑겐파운데이션의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마리안느는 공사완공(2004년)을 보지 못하고 그녀의 나이 92세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랑겐 파운데이션 외에도 다양한 건축물과 조각으로 전시되어있는 홈브로이히 아일랜드, ⓒ Sichtflug

 

카를 하인리히 뮐러에대해 조금더 이야기해 보자면, 그가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지역 예술가와 건축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가나 시에서 하지 않은 일을 사업가이자 미술 애호가인 한 개인이 시작한 일치고는 규모가 엄청납니다. 뮐러가 사들인 옛 나토 미사일기지  땅은 1983년 소련의 SS-20 핵탄두 미사일의 유럽 배치에 맞서 미국과 NATO가 퍼싱 미사일을 배치한 전략 요충지였습니다. 1990년에 NATO는 퍼싱 미사일기지를 포기, 1992년 철수 후 관제탑과 벙커가 덩그러니 남은 땅이 되었습니다. 광활한 습지로 둘러싸인 이곳을 1994년에 뮐러가 예술문화공간으로 만들기위해 매입한 것입니다.

 

뮐러는 홈브로이히 재단을 설립하고 소유한 땅과 미술품을 노이스Nuess시에 기증합니다. 그리고 노이스시는 이 일대를 문화 예술 공동체 지역으로 지정하고 예술가들에게 분양했습니다. 이 곳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아뜰리에, 스튜디오 등이 들어섭니다. 현재 로켓기지 홈브로이히 아일랜드 The Rocket Station Island Hombroich 라고 불리는 이 곳에는 조각가 에빈 헤리히(Erwin Heerich)가 설계한 14동의 건축물을 포함하여 환경건축가 베른할트 코르테(Bernhard Korte)가 설계한 외부 조경, 다양한 예술가들의 조각작품과, 루시오 폰타나, 퍼 키르케비, 크루제, 니시카와 등의 예술가들의 아뜰리에 등이 있어 미술관 그 이상의 미술관이라고 불리어집니다.

 

랑겐부부가 모음 미술품이 가장 많았을 때에는 피카소(Picasso)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그림 300점과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원색 격자 그림인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1930)>, 칸딘스키의 <Beach Scene(1909)>등 모두 1,180여점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2004년 마리아 랑겐이 사망하기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Composition(1951)>판매금이 박물관 건립의 마지막 자금이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개인적인 철학으로 이 박물관은 어떠한 외부자금의 지원없이 지은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photo ⓒ Architectuul

 

 

 

 

구글맵

 

 

 

 

랑겐 파운데이션 배치도, image ⓒ wwvania

 

 

 

안도 다다오는 콘크리트, 유리, 강철을 사용하여 건물을 주변 성벽의 지형에 맞게 개조했습니다. 주 진입로는 도면에서 오른쪽의 반원모양으로 보이는 4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벽체 안쪽입니다. 원형의 벽체 중간에는 사각형의 입구가 뚫려있습니다.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할 것만 같은 문입니다. 실제로 안도 다다오는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통제하는 것에 그 능력이 뛰어납니다. 건축가가 원하는데로 사람들은 그 길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별히 화려하고 꾸며낸 마감재 없이 공간만으로 놀라거나 감동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그리고 바깥 세계와는 잠시 거리를 두고, 이 안의 또다른 세계와 마주하는 것. 그게 바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계획한 공간에서 흔히들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감상입니다.

 

 

 

높이 4미터의 반원형 벽체. 벽이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안쪽으로 가다보면 출입구가 보인다. photo ⓒ Petr &Smidek

 

 

 

벽 너머로 보이는 투명박스. 출입은 반원형 벽을 오려낸 것 처럼 보이는 사각형 개구부. photo ⓒ Petr &Smidek

 

 

 

반원형 벽체에 뚫린 출입구로 들어오면 볼 수 있는 풍경. 왼쪽으로는 벚나무가 줄지어 있다. photo ⓒ Petr &Smidek

 

 

 

 

벚꽃 폈을 때 풍경. photo ⓒ insel hombroich

 

 

 

 

안도 다다오가 시그니처 연출인 수(水)공간, 마치 물위에 떠있는 듯한 감흥을 연출한다. photo ⓒ AV

 

 

 

 

photo ⓒ Petr &Smidek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문이 아래 왼쪽 도면에 으로 표시되어있는 건물 출입구입니다.  왼쪽으로는 벚나무가 줄지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야트막한 호수가 펼쳐져 있는 길을 따라오면 45도 틀어진 유리박스를 마주합니다. 유리와 콘크리트의 이중표피의 건물은 6m 깊이로 땅에 묻혀있고, 외부 진입로 왼쪽으로는 3.45m 위로 돌출한 2개의 평행한 콘크리트 날개로 구성된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날개 사이에는 웅장한 계단이 지상으로 이어집니다. 

 

 

 

 

좌: 1층 평면도, 우: 2층 평면도

 

 

 

콘크리트 날개 사이에 지상으로 통하는 웅장한 계단. photo ⓒ Petr &Smidek

 

 

 

 

길이 76m, 폭 10.8m, 높이 6m의 콘크리트 코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유리를 금속 거더가 지탱하고 있다. photo ⓒ Architectuul

 

 

길이 76m, 폭 10.8m, 높이 6m의 콘크리트 코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유리를 금속 거더가 지탱하고 있다. photo ⓒ Petr &Smidek

 

 


"'Immonility(부동)'이라는 이름의 상설전시공간인 유리박스는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일본의 엔가와(우리나라로 치면 처마아래 툇마루 공간)와 같은 영역이다. 박물관 안에 있는 관람객들은 마치 숲 속을 걷는 것 처럼 느낀다. 반면 임시 전시실인 'dynamic(역동)' 전시실은 지하의 밀폐된 상자 안에서 오직 천창만이 장관을 연출하는 공간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맥락에 젖어 관람객은 예술작품과 동떨어지지 않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것입니다. 인젤 홈브리이히를 처음보게되면 당신은 "여기는 예술 천국"이라며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자연과 완전히 통합된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가 그랬기 때문이지요. 열정적인 두 예술후원자들의 꿈이 이 목가적인 풍경에 구현되어있습니다. 슬프게도 마리안느 랑겐은 박물관의 완성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영혼은 이곳에 계속 살아있을 것입니다." - 안도 다다오


 

 

 

랑겐 파운데이션의 야간 풍경, photo ⓒ Wikipedia

 

 

 

 


내부공간


 

 

 

전시실 Moderne1 전경, photo ⓒ Langen Foundation

 

Moderne1과 Moderne2의 전시실은 안도 다다오가 의도적으로 지면에서 6m 내려간 지하공간에 계획한 공간입니다. 주변경관으로 부터 매립시키는 것이 공간 계획의 주요 아이디어였다고 하는데요. 내부공간, 공간의 비례, 빛의 가이드, 동선이 방문객을 사로잡습니다. 이 커다란 두 큐브(cube)에서는 주로 현대미술을 전시합니다. Moderne1은 여기 랑겐 파운데이션에서 가장 큰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입니다. 

 

 

전시실 Moderne2 전경, photo ⓒ Langen Foundation

 

 

Moderne2는 Moderne1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시실입니다. 마찬가지로 지하6m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랑겐 파운데이션에서 두번째로 큰 공간이며 최대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여러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전시실 Moderne3 전경, photo ⓒ Langen Foundation

 

Moderne3 전시실은 1과 2의 상부에 위치합니다. 여기서 두 전시실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탁트인 창문, 측면에 ㄱ자로 띠처럼 찢어진 얇은 창문, 그리고 천창 등 공간에 다양하게 위치한 창문으로 부터 자연광이 들어와 풍부한 공간감을 자랑합니다.

 

 

 

Japanraum 전경, photo ⓒ Langen Foundation

 

 

전시실 확대 평면도, image ⓒ Langen Foundation

 

 

 

 

 

 

벚꽃 계절의 랑겐 파운데이션 드론뷰, photo ⓒ Langen Foundation

 

 

 

 

 

📕 Langen Foundation 홈페이지의 박물관 가이드

Langen_Foundation_Impressionen_2021.pdf
4.33MB

 

 

 

 

 

 

사진 출처 및 참조 링크

1. Peter Westerhof on Flickr (https://flic.kr/p/KtPrfH)

2. Nord Rhein West Falen (https://www.nrw-tourism.com/o-a-day-at-museum-insel-hombroich-a-night-at-the-rocket-station)

3. Architectuul (https://architectuul.com/architecture/museum-langen-foundation)

4. archiweb (https://www.archiweb.cz/en/b/langen-foundation)

5. Architectura Viva (https://arquitecturaviva.com/works/fundacion-langen-hombroich-neuss)

6. 배치도 (https://pin.it/ygH7MUm)

7.  Financial Times "Langen Foundation: Tadao Ando’s building is an artwork in its own right"  

8. Insel Hombroich (https://www.inselhombroich.de/en

9. 건축 오디세이, 현대건축의 심연 - 안도 다다오와 랑엔 파운데이션 / 폐허 속에 피어난 예술공동체

Architectural Odyssey _ The Abyss of Contemporary Architecture.pdf
6.2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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