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읽었다.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읽었습니다.
많은 책들이 '지속 가능'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왜 '지속 불가능'을 타이틀로 내걸었을까요?
지속가능성이란 자연이 다양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기능하는 것을 뜻합니다. 인신세 또는 인류세라고 부르는 지금의 시대는 자본으로 굴러가고, 국가, 기업, 개인은 모두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성장시켜야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세계가 가능할까요? 그러한 의문을 한 번이라도 품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제인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에서 짐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해결방법을 참조하고자 합니다. 마르크스에 대해서 아는바가 거의 없는 데다가 인신세(인류세), SDGs 는 물론 관련 용어들과 관련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지만, 책은 친절한 편입니다. 적절한 예시와 설명으로 낯선용어들을 설명하고 연관되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미디어와 수많은 책 들이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요. 수년~십수년 이상 수많은 경고를 들어왔지만, 우리의 생활에서 체감하는 건 크게 없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일까요? 사람들은 기후 위기라는 경고에 어쩌면 무뎌진 것 같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해 텀블러를 쓰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며, 분리수거를 하는 내 자신이 지구를 위해 할 도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맞을까요?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이상 기온으로 자연재해가 일이 나고 있습니다. 또 어딘가에서는 전기 배터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채취를 위해 악조건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칠레에서 생산되는 아보카도는 한 번 기른 땅에서는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데요, 최근 몇 년간 칠레에는 최악의 가뭄이 일어났습니다. 코로나도 덮쳤고요. 칠레의 상수도는 민영화되어있는데 물이 귀한 탓에 사람들의 청결보다 아보카도재배에 우선적으로 물이 쓰였습니다.
그럼 지금의 기후 위기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요?
[책의 줄거리]
이 책의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개인의 선의는 '무의미'하다며 책의 서두를 시작합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일들을 직시하게 하고요. 그 다음에 이 모든 것들이 '자본 주의'와 관련이 있음을 설명합니다. 많은 기업과 선진국이 지금처럼 '글로벌 사우스'를 착취하는 이상 기후 위기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성장'을 동반한 '기후 위기 대처'는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탈성장'이 그나마 지구를 지킬 방법이며, '탈성장 코뮤니즘'을 지향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사례를 통해 독자를 설득합니다.
[책의 구성]
책은 '들어가며'와 '마치며'의 글을 제외하고 제1장에서 제8장까지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게 나누어보면 초반부 - 중반부 - 후반부로 볼 수 있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초반부 :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이정도 분량의 책을 완독한 건 처음인데요, 낯선 내용들도 많았지만 낯설었던 내용들은 어쩌면 내가 외면해온 사실들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책의 초반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기후위기가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지, 이제까지의 국가나 기관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살펴봅니다.
중반부 : 자본주의와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 없는 세계에서 마르크스의 말년의 이론인 '자본론'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기존의 마르크스 이론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여기에서 '탈성장'과 '커먼', '코뮤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저는 마르크스와는 거의 초면이나 다름없어서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자 관련 책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후반부 : 경제 둔화로 읽혀지는 '탈성장'이 아닌 모두의 생활을 풍요롭게 유지하면서 기후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탈성장 코뮤니즘'을 사례를 들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할 수 있을 행동을 알려주며 설득합니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만으로도 지금상황의 심각성과, 세상의 시스템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야할지 아는 데에는 어렵지는 않아요.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책을 다 읽은 후에 이시카와 야스히로가 쓴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을 구입했습니다. 마르크스에 대해서 가장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책 같았거든요. 그리고 인류세와 관련된 몇몇 책도 보관함에 추가해두었습니다. 다 읽고 종합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인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게 옳은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도 명확하게 알고 싶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기후위기조차도 희소성의 가치로 경제적 이이을 내려는 기업들이 있는 가운데, 과연 인간의 욕망은 '탈성장 코뮤니즘'에 금방 다다를 수 있을까요? 저자는 그나마 유일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물음표는 여전히 남습니다. 국가의 통치권자가 제대로된 정책과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는 이상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어 기업과 국가에 그 소리가 닿게 해야하는데. 사실상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아래에는 책의 일부 내용을 다시 정리해본 것입니다. 모든 내용을 차근차근 정리한 것이 아니라, 다시 되새겨봐야겠다고 생각한 내용들입니다. 아래 내용만으로는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1. 제국적 생활양식
선진국에 살고있는 우리가 '평상시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주변부(글로벌 사우스)의 노동력 뿐만 아니라 지구환경 전체를 착취함으로 인한 것이다. 단지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어딘가 먼 곳'의 사람과 자연환경에 부담을 전가하고 그 진정한 비용은 떼어먹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생활의 전제조건이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0%은 상위 5개국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선진국은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러한 생활은 대부분 주변국에 많은 것을 전가함으로써 누리는 것들이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일어나는 각족 재해와 재난 사고는 그저 지구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불운'이 아니라 예견된 '인재'였고, 그것은 분명 '선진국 사람들'도 가담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주변부의 노동력뿐 아니라 지구 환경 전체를 착취하고 있다. 선진국은 자원, 에너지, 식량 모두 '부등가 교환'을 하고 있다. 인간을 자본 축적의 도구로 사용하는 자본주의는 자연 역시 약탈할 대상으로 여긴다.
"우리가 그 불공정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현재의 질서가 유지되길 내심 바라는 것이다." -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Markus Gabriel)
"유한한 세상에서 지수함수 같은 성장이 영원이 계속 되리라 믿는 이는 정신나간 사람이거나 경제학자, 둘 중 하나다." -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Kenneth E. Boulding)
"당신들이 과학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해결책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해결책은 더 이상 없다. 당신들, 어른들이 행동하지 않고 시간을 버렸기 때문이다. 시스템 그 자체를 바꿔야 한다." - 그레타 툰베리
전 세계의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소득 하위 50%의 사람들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불과 1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사람들은 하위 소득 계층이다. 선진국에 살아가는 대부분은 전세계 상위 20% 부유층에 해당한다. 우리 자신이 당사자로서 제국적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기후 위기에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부하의 전가의 문제점에 대해서 분석했다. 기술의 전가, 공간의 전가, 시간의 전가가 미치는 악영향을 먼저 살펴본다. 소련의 스탈린이 이용했던 마르크스의 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말년에 분석했던 '자본론'을 다시 살펴보고 이른 참조하여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2. 녹색 성장?
외부화가 듯대로 이루어지는 동안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환경 위기의 패해를 입지 않으며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풍요로운 생활의 '진짜 대가'는 없을까. 많은 나라가 그린 뉴딜과 재생에너지, 녹색성장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마지막 보루가 UN의 SDGs다. 이것들은 정말로 괜찮을까?
녹생 성장을 연구하던 학자 록스트룀은 경제 성장과 환경 부하의 디커플링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산화탄소의 절대적인 양을 줄여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사용과, 해외 출장 대신 온라인 화상회이도 '절대적 디커플링'에 공한한다. 석탄화력발전이 아닌 태양광발전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것들로 얼마나 가능할까. 경제가 성장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정가한다. 이는 '경제 성장의 함정'이다.
3. 전기자동차의 '진짜 대가'
가솔린 자동차는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미 전기자동차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시장과 일자리가 생겨나고 기후 위기와 경제 위기도 해결할 수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전기자동차에는 리튬이온전지가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도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리튬이 필요하다. 리튬은 대부분 안데스 산맥을 따라 묻혀있다. 칠레는 세계 최대 리튬 산출국이다. 건조한 지역에서 오랜시간에 걸쳐 지하수에 농축되어있다. 하지만 특히나 건조한 지역에서의 지하수를 한 회사가 1초에 1700리터를 퍼올리는데 생태계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새우를 먹이로 삼는 안데스 홍학의 개체 수는 이미 감소하고 있고,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담수의 양도 줄어들고 있다.
코발트도 필수 원료다. 천 세계 코발트의 약0%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이다. 코발트의 대규모 채굴과 채굴지 확대는 콩고의 수질오염과 농작물 오염, 환경 파괴, 경관 파괴를 일으킨다. 뿐만이니라 열악한 노동 조건에는 노예 노동과 아동 노동이 만연한다. 6~7세도 있으며 하루 일당이 1달러이다. 터널에는 안전장비도 충분하지 않다. 노동자들은 호흡기와 심장질환, 정신 질환까지 입고있으며, 사고로 인해 산 채로 묻히는 경우도 있다. 그 반대편에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녹색 성장'을 위해 선진국이 하는일이 사회적, 자연적 비용을 주변부로 전가하는 것이다.
"멸종에 이르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파타고니아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인공생선>
3. 탈성장 자본주의
'녹색 성장' 노선으로는 지구 환경을 유지하지 못한다. 경제 성장은 환경 부하를 증대시킬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한 채 '탈성장'이 가능할까?
자본이란 가치를 쉬지 않고 늘려가는 끝없는 운동이다. 새로운 가치를 낳고, 이익을 올리면 한층 더 규모를 키우려 한다.
4. 커먼
'커먼'이란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를 가리킨다. 사람들이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아가며 번영하기 위해서는 물과 토양 같은 자연환경, 전력과 교통기관 같은 사회적 인프라, 교육과 의료 같은 사회제도가 뒷받침되어야한다.
자본은 물과 바람, 태양과 같은 '커먼'의 풍요로움을 해체하고 희소성의 가치를 늘린다. 대가가 비교적 적게 드는 수력과 같은 에너지 대신 화석연료가 먼저 발전하였나 생각해보면, 이는 독점할 수 있고 독점은 즉 희소성과 연결된다. 희소한 자원을 에너지로 삼는 것이 자본주의의 발흥에 꼭 필요했던 것.
자본주의는 기후위기를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올릴 기회로 삼기도 한다. 희소해진 자연의 무언가를 이용해 이윤을 남기고 이에 대한 피해를 가장먼저 입는 쪽은 글로벌 사우스와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이다.
5. 근본적 풍요, 탈성장 코뮤니즘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경제로 전환하여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에서 벗어나야한다. 사용가치경제로 전환하면 생산 영역의 역학 관계가 달라진다. 사회의 재생산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생산에 노동력을 의식적으로 배분하게 된다. 사람들의 욕망을 불필요하게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없어지면, 사회 전체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생활의 질을 높인다. 노동을 획일하게 하는 분업을 폐지한다. 사용가치를 중시하면서 노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열린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의사결정권을 높인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사용가치경제로 전환하여 필수노동을 중시하자. 실제로 현재의 고임금 노동자들 중 세상에 필요한 직업은 많이 없다. 도시를 깨끗이 하고, 사람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이 사실상 세상을 굴러가게하는 필수적인 노동력이다.
자본주의에 종지부를 찍고 '근본적 풍요'를 늘려야한다. 기후 위기가 심해질 수록 국가권력이 노골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때일수록 국가 통치기구가 제대로 기능해야한다. 통치기구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목소리의 힘이 커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가 '3.5%'의 시민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노동자협동조합이든, 학교 파업이든, 유기농이든 시작해야한다. 지방자치제 의원을 목표로하거나, 지금 속한 기업에서 더 엄격한 환경대책을 추구하는 것 역시 커다란 한걸음이 될 수 있다.
- 저자
- 사이토 고헤이
- 출판
- 다다서재
- 출판일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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