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가 건축 설계를 하게 되었나 - 현재

2023. 2. 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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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 정체성 찾기 04

나는 어쩌다가 건축 설계를 하게 되었나 - 현재

 

1. 행복한 일

 

얼마 전에 방영한 프로그램 <알쓸인잡>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인간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이 첫 모임을 가졌던 회차에서 방송 진행자로 출연한 방탄소년단의 김남준은 영화감독 장항준에게 왜 영화감독이 되었냐고 물었다. 장항준 감독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 세상의 수천수만 가지 직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직업이 영화감독이라서" 행복의 의미를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행복을 얼굴에 씌우면 딱 저렇게 나타나는구나 싶은 표정이었다. 

 

그 순간을 보았던 시청자들 중에서도 나처럼 자신에게 질문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일에 대해서, 내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장항준 감독처럼 행복에 가득찬 얼굴은 아닐 것이다.

 

2.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

 

그럼에도 내 일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다고 할 것이다. 내 일을 싫어하냐고 물어봐도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그려낸 선들이 모여 거대하게 실제하는 건물이 되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극히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은 타인의 자본으로 타인의 땅에 타인의 건물을 의뢰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이 건축설계이다. 그리고 그 일에는 많은 법적, 물리적 제약이 뒤따른다. 이 과정에서의 일은 재미있는 순간보다 고된 시간들이 훨씬 많다. 고되고 고된 시간들이 모여 도면을 납품하고, 건물이 지어지면 성취감과 동시에 그 건물은 내 일에서 타인의 소유물로 넘어간다.(원래도 내껀 아니었음)

 

3.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10년을 일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없다. 혼자서 사무실을 차려서 회사를 운영할 자본도 수주능력도 수행능력도 부족하다. 열심히 커리어를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찾아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함께 일해보자는 사람은 없다. 나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지원한 회사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흔하디 흔한 지원자 0번일 뿐이다. 

 

4. 일을 오래하고 싶은 마음

 

면접 준비를 하며 내가 왜 이 일을 계속하려고 하는지 자문해 보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맴돌다가 정리한 한 가지 결론은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서'.

 

'돈 벌려구요' 같은 대답은 나의 직업 정체성을 찾는 질문에 하등 쓸모가 없다. '어떻게' 돈을 버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아무 대가 없이 평생 돈을 쥐어준다면 나는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런 상황이 올리야 만무하지만 그런 상황을 가정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게 역시 '집짓기'였다. 고향에 아름다운 집을 한 채 짓는 게 나의 최종 목표인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 목표를 좀 더 빨리 실현할 수 있을 테니까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렸다. 

 

사실 누군가 댓가없이 돈을 쥐어줄리는 없기 때문에 내가 최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일을 오래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이 일을 오래 하면 좀 느리더라도 좀 더 나은 목표치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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