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상상마당 아트센터 방문기록 (설계: 김수근 / 구 춘천 어린이 회관)

2018. 11.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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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에 춘천에 갔다. 

춘천은 닭갈비라는 등식만 알았지 이 곳은 방문전까지 몰랐던 장소이다. 

김수근의 작품은 대강 다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춘천에 그의 작품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춘천에 있다던 상상마당이 김수근의 작품이었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춘천과 건축답사는 왜인지 어색한 연결고리 같은데, 누군가 춘천에서 봐야할 건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런일은 아마도 잘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제 이곳을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그날의 기억과 함께 기록해 두려한다. 

 

아이폰으로 찍었고, 순서는 두서가 없다.

 


현재 KT&G 상상마당 아트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이 곳은 1980년에 김수근이 설계한 춘천 어린이 회관을 2014년 KT&G에서 인수해 리모델링한 곳으로 리모델링이라고는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들만 손대려고 애썼음을 여실히 알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인터넷에서 이 곳을 검색해 보아도 김수근의 이름만 가득했지 리모델링을 어디서 했는지는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좀 더 열심히 찾아봤어야 했나.. 

위의 사진은 비행기혹은 나비를 연상캐 하는 건물의 중심부 광장에서 의암호를 바라본 모습으로 건물과 바닥 모두 적벽돌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멀리 액자속으로 보이는 듯한 의암호가 드라마틱한 광경을 만들어 낸다. 

 

마치 이곳이 건물 내부인것 처럼도 느껴지는 공간이다.

워낙에 명료해서 항공지도로도 건축의 형태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가 있다. 

 


2층 테라스에서 보이는 의암호. 

 

이 터는 정말이지 내가 토니 스타크였다면 여기에 어마무시한 별장을 짓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는 뜨거웠지만 사진으로는 그날의 쾌청했던 하늘만이.. 



약간 각도를 틀어서 본 모습.


 

이 외부 테라스로 나오는 출입구는 두 개가 있었는데 왼쪽 출입구로 나오자마자 보는 장면은 바로 이 것이다. 이 사진 위의 두 사진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조금갔을 때 보이는 풍경. 문을 열고 이 장면을 맞딱들이면서 나 말고 문을 열고 나온 다른 사람도 탄성을 질렀다. 내부 공간을 어느정도 둘러보고 나왔을 때 였는데, 이 테라스에서 의암호를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서 먼저 올려두었다.

 


공간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김수근 건축가의 특기는 건물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이어진다. 그의 특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곳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함으로써 본인의 건축언어를 극대화 시켜 만들어 낸다.

방문자는 그가 구성한 공간의 흐름에 이용당할 수도 새로운 방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어느 한 공간을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걷다 보면 건물 전체 + 외부공간을 모두 돌아 보게 되는게 바로 그것.

 

이 곳에서 패션쇼를 열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가게될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도 보이는 고측창을 이용한 자연광이 공간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진짜로 패션쇼를 하는 런웨이가 되어도 좋을것 같다.


조명과 전시공간때문에 이것저것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본래의 건축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리모델링이었다. 

 



애초에 어린이가 뛰어노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던 김수근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긴 내부에 길게 내어놓은 경사로와 함께 오래된 것이 오히려 신선함을 주는 아이러니한 공간적 감동을 선사한다.

 






디테일도 빼먹을 수가 없다. 



크고 작은 외부 테라스가 많은 까닭에 빗물 배수관들을 설치할 수 밖에 없는데 출입구 쪽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저렇게 숨겨 두었다.




여기도 마찬가지. 이 곳은 건물의 뒤쪽에 있는 출입구 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디테일을 반영했다.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노출 드레인 배관은 고개를 돌려 보아야 볼 수 있다. 들어가기 위해 문만 보고 걸어간다면 전혀 캐치하지 못하도록 해놓았다.

저 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풍경.

 

여기도 너무 좋았지. 사실 별다른 길 없이 뒤뜰로 가는 문이었는데.






원래 있던 빗물 배관과 새롭게 설치한 빗물배관이 나란히.



내부카페. 아마도 외부 공간이었을 곳에 지붕을 설치하여 카페로 쓰고있다.


카페로 사용하고 있는 곳도 아마 원래는 이랬을 것. 

후보정 하기 귀찮아서 최대한 수직수평 잘 맞춰서 찍으려고 하는데 다찍고 보면 다 삐뚤삐뚤거린다. ㅠㅠ



여기는



이랬을 것.



중앙 브릿지.

 

밑에서 보면 바로 요기. 첫번째 사진에서도 등장하는 곳이다.

 

 

 

창문들.

 

 

 

 

 

 

용도와 목적이 파악되지 않는 굉장이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었다. 아주 작은 램프를 따라 내려가면 오른쪽으로도 공간이 더 있어 보였는데. 무서워서 가보질 않았다.

 

 

오른쪽 끝으로 가서 외부 출입문에서 보면 왼쪽에 삼각형의 테라스가 있는데 그쪽도 문이 잠겨 있어서 저 구석 어두컴컴한 곳이 어디로 통하는지는 끝내 알지 못했다.

 

 

여기가 오른쪽 문에서 본 왼쪽 테라스. 저 안쪽 테라스에서 더 왼쪽으로 가면 아까 그 비밀공간과 열결될거 같은데 나갈수도 없고 더이상 보이지도 않았다. 왼쪽의 둘러싸인 테라스에서 보는 하늘도 참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언제 어디쯤에서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외부 카페테리아. 

 

김수근은 몇 가지 아쉬운 구석이 있는 건축가 이지만 그가 남긴 여러 건축들 중에서도 특히 문화시설과 종교시설은 이렇게 잘 보존되어 볼 수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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